일단 말해두겠지만, 나는 이 상황을 의도한 적은 없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커피가 없길래 사무실로 와서 커피를 내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우연히 클린트와 손님이 사무실로 들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고, 배려하고 못 들은 척하고 싶었던 나는 불행하게도 귀가 남들보다 배는 뛰어난 나머지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상황을 들어버린 셈이 됐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는 손님을 어찌어찌 말로 달래 보내느라 식어버린 커피를 양손으로 꼭 쥔 채 앉아있는 클린트가 있었다. 누가 커피만 계속 응시하고 있는 클린트를 보면 나에게 혼나기라도 한 줄 알겠지만, 당연하게도 나는 혼을 내지 않았다. 왜 이런 공기가 돼버린 건지는 대충 짐작이 가서 이 어색한 듯 조용한 공기를 커피와 함께 가볍게 한 모금 들이켰다. 그리고 음미했다.
"..."
클린트가 남들보다 배로 직선적인 사람인 걸 첫 만남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내게 그런 모습을 보이기라도 하면 저렇게 내 눈치나 보고 앉아있다. 눈치를 본다는 건, 그 행동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잘 안다는 건데. 다른 사람들은 괜찮고 나는 안 괜찮나 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런 클린트가 싫지는 않지만 걱정이 된다. 그의 터프하고 솔직하고 직선적인 면모는 매력적이지만 이는 많은 이들의 반감을 살 수 있었다. 때론 용기로 비치고 상황에 따라선 공격적이고 터무니없어 보일 수도 있는 양날의 검. 어떤 것이든 양면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었다.
"클린트."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로 부른 것이 무색하게 정적 속에 긴장하고 있었던 듯, 클린트는 움찔 몸을 떨며 나를 바라봤다. 이런, 화를 내려는 건 아닌데. 나는 이런 클린트의 태도에 항상 말을 꺼내는 게 조심스럽다. 클린트는 내 말에 귀를 너무나도 잘 기울여주는데, 그래서 그런지 내가 덜컥 말해버린 말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들어줄 것만 같았다. 나는 클린트가 그러길 바라지 않는다. 클린트에게 부담이 아닌 도움이 되고 싶은 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하하, 너무 긴장하지 말아요. 제가 입이 크긴 하지만 클린트를 잡아먹지는 않을게요. 자, 약속."
나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슬며시 일어나 클린트 옆으로 다가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클린트의 양손을 내 두 손으로 포개어 잡았다. 클린트가 쥐고 있던 커피잔의 온기가 얼마나 미적지근해졌는지 느껴졌다.
"아까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거라면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클린트. 그건 우연 때문에 생긴 일종의 해프닝 같은 거잖아요. 그리고 전 고작 그 정도로 충격받지도 않아요. 클린트도 알잖아요, 저 나름 대인배인 거."
괜히 너스레를 떨며 웃어 보이다 클린트의 손을 천천히 보듬듯 만졌다. 원래 상대가 불편해한다면 일부러 들추지는 않았다. 그래도 됐던 이유는 그들에게 참견하지 않고 그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 딱 적절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클린트에게 부담이 되기 싫으면서도 굳이 내 이야기를 하는 건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클린트와 오래 잘 지내고 싶으니까. 처음 클린트와 만났을 때 들었던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저는 클린트의 태도가 아예 틀렸다고 보지는 않아요. 원래 이쪽 일은 사건 하나하나에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는 게 바람직하죠. 그렇지 않으면 사건에 영향을 받아 제삼자로서 봐야 할 것들을 놓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너무 심적으로 잠겨버리면 서로 힘들어지죠. 하지만 클린트... 저는 클린트의 그런 태도가 나중에 안 좋게 돌아올까 봐 걱정이에요."
어떤 식으로 말을 전해야 할지 천천히 입을 놀리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생각했다. 솔직하게 심정을 털어내는 건 언뜻 보면 쉽지만 이걸 상대방에게 무례가 되지 않게끔 포장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공정을 거쳐야 했다. 가까이 있는 사람 일 수록 더 많은 것들을 간과하게 되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다.
"지금 클린트가 하는 일에 위험이 따르는 걸 잘 알아요. 그렇기 때문에 배제할 수 있는, 혹은 줄일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면 최대한 줄였으면 좋겠어요. 클린트가 저를 걱정하고 저를 살피듯, 저도 언제나 클린트를 살피고 걱정하고 있으니까요. 만약 그들에게 최소한의 겉치레를 하는 것도 힘들다면, 그건 저에게 맡겨도 좋아요 클린트. 저는 당신의 하나밖에 없는 조수잖아요."
클린트의 시선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클린트 손에 들려 있던 커피잔을 앞에 테이블에 내려놓고 무게를 실어 그를 꼭 끌어안았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부피도 질량도 없어서 증명할 길이 없기에 언제나 이를 어떻게 보일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나는 평생 하지 않을 고민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로맨스 영화 속 주인공과 하는 생각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 점이 웃기고 지금 온몸으로 끌어안은 클린트가 뒤로 넘어 갈랑말랑 하는 상황에 괜히 웃음이 났다. 사랑스러운 든든한 내 고양이.
"그래 줄 거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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